혼자 낳은 아기, ‘골목길에 유기’해 숨지게 한 엄마

[한국공보뉴스/인천취재보도본부] 김영환 취재부장

재판부, 아동학대치사 혐의 실형 아닌 집행유예로 선처 및 40시간 교육, 120시간 사회봉사 명령.

< 사건당시 신생아가 버려졌던 장소의 골목길 >

인천지방법원 형사14부(임정택 부장판사)에서는 오늘24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20대 미혼모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 예방 강의 수강과 함께120시간 동안의 사회봉사 등을 명령하였으며 "피고인은 자신이 양육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는 분만 직후의 영아인 피해자를 유기하여 숨지게 했다"며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했지만 A씨가 미혼모로 주변의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혼자 출산하게 된 점 등을 고려하여 실형을 선고하지 않고 선처하였다.

지난해 8월경 미혼인 A(25·여)씨는 임신 테스트기에 두 줄이 뜬 것을 확인하고 당혹감 속에서 평소 알고 지낸 남자와의 사이에서 임신된 것으로 판단 하고, 두 달 뒤 인천의 한 종합병원에서 산부인과 진료를 통해, 임신 사실을 재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아이 아빠로 생각되던 사람에게 연락하여 임신 사실을 알렸으나 "내 아이가 아니다"라는 무책임한 말만 되돌아왔고 가족들에게조차 해당 사실을 알리지 못해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이 배와 두려움의 크기가 점점 커져 갔던 것이다.

A씨는 진통이 부쩍 잦아진 올해 3월 출산이 임박하자 "도저히 혼자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인천에 있는 외할머니 집을 찾았으나 외할머니는 외출하고 없었고, 참을 수 없는 진통으로 결국 A씨는 외할머니 집 화장실에서 혼자 남자아이를 낳게 되었으며 외출 후 돌아온 외할머니의 다그침에 떠밀리듯  태어난 아이를 담요로 감싸 안고 집 밖으로 나와 미추홀구의 한 주택가 화단에다 탯줄도 자르지 못한 아들을 유기 하게 되었고 잠시 집으로 귀가했던 A씨는 안타까운 마음에 6시간 뒤 아이를 다시 찾아 동네 근처의 보육 시설에 데려갔으나 밤늦은 시각이라 문이 닫혀 있어 인근 거리를 배회하던 중 다시 골목길에 아들을 두고 사라졌고 사건 발생 다음 날 오전 지나던 행인이 버려진 아이를 발견하여 경찰에 신고하게 되었으며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종합병원으로 신생아를 옮겼으나 당시의 낮은 기온으로 인한 저체온증 등으로 끝내 숨지게 된 것이다.

신고 당시 경찰에서는 해당 골목길 인근의 폐쇄회로(CCTV)를 확보하고 탐문 수사를 벌인 끝에 범행 닷새 만에 아이를 유기한 미혼모A씨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으로도 어려웠고 너무 무섭고 어찌할 바를 몰라 아기를 버리게 되었다"고 진술하였고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에 대해 법원에서는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A씨가 출산한 지 1주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하였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은 생부로 생각되는 이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으나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가족들로부터 비난 받을 것이 두려워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은 상황에서 혼자 출산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데 이어 "피고인이 범행 중에도 보육 시설을 검색하고 실제로 보육 시설에 찾아간 점 등을 보면 계획적으로 유기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하였고 "미혼인 피고인이 출산 후 정신적 충격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해 범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