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간병, ‘뇌경색 딸’ 살해 노모 ‘집행유예 선처’

[한국공보뉴스/인천광역본부] 김영환 기자

‘70대 노모’, 거동 불편한 딸 간병하며 “우울증” 고통 토로 후 남편 외출한 사이 수면제 먹여…

인천지방법원 형사12부(송현경 부장판사)는 오늘17일 ‘살인 혐의’로 기소되었던 A(70·여)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밝혔으며 A씨는 뇌경색을 앓고 있어 거동까지 불편한 친딸을 무려15년 동안이나 병간호를 하고 오던 중 결국 우울증과 함께 처지를 비관한 끝에 친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정상을 참작한 재판부는 실형을 대신하여 집행유예로 선처하였다.

노모 A씨는 지난해 9월 24일 낮 12시 40분경 계양구 소재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딸 B(당시 48세)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그는 남편이 외출한 사이 딸에게 수면제를 복용시킨 뒤 범행한 것으로 조사되었고, 노모A씨는 오래전인 2004년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혼자 거동할 수 없게 된 딸B씨의 대소변을 받아내는 등 15년간이나 돌봐 왔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A씨는 오랜 기간의 병간호 생활로 인해 우울증 진단까지 받게 되었고, 범행 전 가족들에게 "딸을 죽이고 나도 죽어야 하겠다"고 말하며 딸과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등 고통을 토로한 것으로 확인되었고 이후 노모A씨는 B씨를 살해한 뒤 죄책감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였으나 미수에 그침에 따라 경찰에 붙잡히게 되었다.

재판부에서는 "피고인은 수면제를 먹여 잠든 딸을 살해했다"며 "가장 존엄한 가치인 생명을 빼앗는 살인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피고인은 범행을 반성하고 있다"며 "15년동안이나 거동이 어려운 피해자를 돌보며 상당한 육체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고 자신이 죽으면 피해자를 간호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같이 죽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고, 이어서 덧붙이기를 거동이 어려운 환자를 적절하게 치료할 만한 시설이나 제도적 뒷받침이 현실적으로 충분하지 못한 사회적 환경을 고려해 본다면 이번 사건의 비극을 오롯이 피고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하였다.